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35호 예순두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9-01-03 10:57
조회수: 55
 
예순두번째 서신


  오늘이 구십육년 십이월 삼십일일 화요일, 이 해도 마지막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편지 못 올렸습니다. 바빴습니다.
  심이월 십칠일부터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미술관에서, 동시에 삼성동 무역센터 옆에 있는 현대백화점 미술관에서 열어 준 나의 미술 전람회도 끝나고 조용한 월말입니다. 다음과 같은 시를 썼습니다.


     당신이 몹시도 그리웠습니다.
     긴 인생을 살면서, 내내
     다 기다릴 수 없는 당신이
     그리웠습니다.

     아, 인생은 ‘기다림’ 이라고 했던가
     긴 긴 인생을 내내
     당신이 그리웠습니다.

    
                           「나의 꿈」
                           - 떠나면서 한마디


  이러한 내 인생의 기다림도 이제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 같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 으로 참으로 많은 시를 부질없이 써 왔습니다. 이래저래 나의 인생도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아내는 이제 다시 나을 수 없는 병으로 날로 시들어 가고 인생의 종말은 이렇게 쓸쓸하고 불안합니다.
  참으로 나는 정착할 수 없는 영혼으로 이 인생을 방황했습니다.
  이 방황으로 잡을 수 없는 그 위안을 많이도 시와 그림이란 작업으로 얻어 왔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하니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한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될 인생을 무엇 때문에 이것을 이렇게 눈코 뜰 사이 없이 부지런히 달려왔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운명이었겠지요.
  이렇게 밖에는 살 수 없었던 그 운명 말입니다. 아, 새해, 어떻게 될는지. 부디 안녕들 하시길.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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