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의 편운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33호 예순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8-12-27 13:51
조회수: 21
 


  요즘에는 많은 행사에 끌려 다니며 그들을 축하해 주고, 그 행사를 구경하는 것이 많습니다.
  십이월 십이일 밤에는 문예진흥원 대극장에서 ‘문인극’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있는 행사라 관극을 했습니다.
  물론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에서 마련한 것이라, 이근삼 작 <어미 새 둥지를 뜨다>가 차범석 연출로 상연이 되었습니다. 요즘에 보는 이산 가족들의 한 풍경이었습니다.
  어제는 나의 ‘시화와 유화’ 초대전 초대장과 팜플렛이 전달되었습니다. 압구정동과 삼성동 현대백화점 미술관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동문선출판사에서 저의 시와 그림이 담긴 화집이 나왔습니다. 대 호화판으로.
  제작비만 한 권당 삼 만원이라니까, 대단히 호화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이 책 오백 권을 선사 받으며, 이제 나의 인생을 이 책으로 마무리하는 것 같은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기야 더 할 것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하기 때문이옵니다.
  전람회는 오는 십칠일부터 압구정동과 삼성동 무역센터점 미술관 두 곳에서, 같은 시간에 열기로 했다고 합니다. 오픈 초대식은 압구정동 미술관에서 연다고 하니 짬이 나시면 한번 왕림하시어 주십시오.
  부끄럽기도 하고,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전에는 멋모르고 그저 전람회를 열면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했습니다만, 이제 와선 모든 것이 부끄럽고 창피스럽기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실히 나의 일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마음은 항상 흐뭇하기만 합니다.
  시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나는 나를 자랑하기 위해서 작업을 해온 것이 아니라, 진실로 나는 나를 살기 위해서 그렇게 살아오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옵니다.
  그 많은 공허와 고독과 그리움을.
  그럼 또, 몸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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