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의 편운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28호 쉰다섯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8-11-20 08:44
조회수: 9
 
쉰다섯번째 서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은 텅 빈 동굴 같은 방입니다. 아내는 앓고 있고 가끔 신음하는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오고,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는 큰 공간은 적막, 적막, 어둠마저도 적막이옵니다.
  잠결에 어머님이 살며시 나타나셔서 내 방문을 열어 보는 시상이 떠올라서 다음과 같은 시를 하나 썼습니다.


     어머님, 간밤에
     살며시 제 방문을 열어 보시곤
     돌아가셨지요
     잠결에도 그걸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돌아가시다가 다시 돌아오셔서
     선잠결에
     하얀 꿈으로 나타나셔서
     자는 제 눈을 살며시 내려다보시다간
     살며시 돌아가셨지요

     잠결에도 어찌 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잠이 사라지면서
    눈은 캄캄한 밤중

    어디선지 들려오는 생시의 어머니 말씀
    “어, 너, 언제 철이 드니”

    어머님, 저는 언제나 언제나
    어머님의 철없는 막내아들이옵니다.


                                 「어머님, 간밤에」

  사일에는 언제나 학기마다 불러 주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특별강의에 초청되어 강의를 하고, 육일에는 강릉문화원에서 예술원이 마련한 공개 강연에 갔다가 ‘조국은 어머님들이 만든다’라는 요지의 강연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국 산천은 그저 고요한 수채화였습니다. 아, 당신이 그립습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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