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의 편운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21호 마흔네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8-10-11 11:38
조회수: 21
 


  오늘 구십육년 구월 십오일 일요일, 내 작업실에 나와서 오전 중에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백스물네 편의 서신을 다 읽었습니다.
  오식을 잡을 겸해서 나의 생활과 사상이 어떻게 전개되어 있을까.
  그 내용과 문장을 검토하면서.
  다행히도 이번에 책에는 오식이 없었고 문장도 그런 대로 나의 문장답게, 그 내용은 그대로 나를 잘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당신 생각은 어떠할까요.
  나의 인생이 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전달되었다고 해서, 다른 무슨 효용이 있을 것은 아니지만, 먼 훗날 어느 독자 한 사람이라도 진실한 사람을 만나, 아, 그 시대에 이러한 사람도 있었구나, 하면서 나를 깊이 좋게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그런 사랑스러운 해후가 있었으면 합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금까지 일요일이고 토요일이고 경축일이고 하루도 휴일 없이 작업실에 나와서 일을 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면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이것이 나의 습관처럼 되어 버린 휴일 없는 인생이었습니다.
  작업실만이 나의 휴식처요, 유일한 나의 낙원이요, 그 지상의 천국 이었습니다.
  대학에 있을 때는 연구실이, 학장실이, 부총장실이, 대학원 원장실이 나의 유일한 작업실이요, 휴식처요, 이 지상에 있어서의 고독한 나의 천국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년 퇴직하고서는 이 작업실이.
  이 일방적인 ‘편지쓰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까, 내가 이 세상에서 떠날 때까지의 긴 긴 내 짝사랑의 편지가 될 겁니다.
  당신에 대한 짝사랑이지요.
  꿈이다, 그리움이다, 내일이다, 운명이다, 아, 인생이다, 사랑이다, 하는 것이 모두 당신이며 그 당신에 대한 짝사랑이옵니다.
  가을이 제법 가을답게 깊어 갔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한없이 그립습니다.
  사랑하고 싶습니다.
  아, 이 외로움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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