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의 편운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20호 마흔세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8-10-11 11:36
조회수: 2
 


  요즘 날씨가 선선해서 작업하기에 매우 좋습니다. 어떻게들 지내십니까. 요즘은 하루하루가 아깝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제, 오는 십이월 십칠일부터 강남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미술관에서 초대받을 미술 전람회용 그림들을 촬영소로 넘겼습니다. 동문선출판사에서 화집을 만든다고 해서 우선 그림 촬영을 먼저 해야 한답니다.
  시화전용 그림 쉰아홉 점, 유화 쉰한 점.
  일전에 잠깐 말씀드린『나보다 도 외로운 사람에게』를 읽고 있습니다. 오천 권이 초판으로 간행되었습니다. 그것을 읽어 내리면서 세월이 하는 것이 참으로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세삼 느꼈습니다. 너무나 적적해서 심심풀이로 막연하게 그곳으로 띄운 편지들이 이렇게 쌓여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출판이 되고 보니, 어지간히 나는 나의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그 고독한 생활을 철도 없이 보낸 것 같습니다.
한편 남부끄럽기도 하고, 한편 오해라도 받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 대견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회 속에서도 대단히 흐뭇해 옵니다.
  내 인생을, 당신을 통해서 여러 각도에서 나온 나를, 나름대로 깊이 그려 본 것이지요.
  편지라는 것이 이렇게 정다울 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 일방적으로 당신에게 답장이 없는 많은 편지를 썼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인생, 나의 인생관, 나의 철학관, 나의 꿈, 나의 사랑, 그것을 이 세상에 하나로 묶어 남기는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당신에게로의 사랑을 통해서.
  이제 제 일권이 나왔으니까, 지금 계속 당신에게 일방적으로 보내고 있는 이 ‘편지’가 앞으로 제 이권, 제 삼권,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려니, 생각하며 지금 이렇게 내 숙명의 길을 외톨이로 걸어갑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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