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의 편운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18호 마흔한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8-10-11 11:33
조회수: 18
 
  제법 가을로 접어들은 감이 듭니다. 자연은 소리 없이 깊어가며 고요합니다만, 인간 세계만 떠들썩하게 소란합니다.
  불경기 불경기, 감원 감원, 고물가 고물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한국 경제, 약간의 저금으로 살아가는 나 같은 노인들에겐 생존의 공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요 며칠 전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가 둥지출판사에서 나왔고, 어제는 그러니까 구월 십일 화요일, 오후 두시 예술원 청사에서 제 사십일회 예술원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문학 부문에 김남조(金南祚) 시인, 음악 부문에 백낙호(白樂晧) 피아니스트, 미술 부문에 이광노(李光魯) 건축가, 그리고 연극 ․ 무용 ‧ 부문에는 최현(崔賢) 무용가가 상을 타게 되었습니다.
  상금 이천만 원. 작년부터 이렇게 이천만 원으로 되었습니다.
  참으로 돈 가치가 이렇게 떨어졌습니다.
  내가 탔을 땐 천만 원이었는데.
  상은 타서 좋은 상이 있고, 상금이 아무리 많아도 타서는 안 되는 상이 있고, 상금이 적어도 타서 좋은 상이 있습니다.
  우리 예술원상은 호암문화상(오천만 원)이나 인촌문화상(삼천만 원) 보다는 상금이 약간 적지만, 대단히 아름답고 보람되고 명예로운 높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예술원 회장이 되어 처음으로 시행한 시상이라 약간 긴장도 되었지만, 많은 하객들이 보기에도 격식 높은 시상식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후배들에게 봉사하는 입장에서 늙어가니, 내 자신 흐뭇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술로 늙어간다는 것, 예술로 일관해서 일생을 산다는 것, 돈에 항상 쪼들리면서도 이렇게 예술로 일생을 마친다는 것은 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아름다움이며, 최고의 즐거움이며, 최고의 여유이며, 최고의 명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고독 만큼에, 그 고통 만큼에, 그 고뇌 만큼에, 그 노력과 인내 만큼에.
  날씨 변동이 심해 갑니다. 몸조심하시기를.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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